일본 기상청은 지난 11일에 발생한 지진이 9.0의 강진인 것으로 13일 수정 발표했다. 1900년대 이후 세계 4번째 큰 규모의 지진이라고 하니 얼마나 엄청난 지진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피해 규모와 복구비용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것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의 대규모 지진 피해를 보고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고통 받는 일본을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인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로부터 큰 액수의 구호금을 내는 이들 모두 너무 소중하다.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번 일본의 지진을 접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달되었다. 그 중에서 두 개의 글을 보면서 ‘우리만의 세상과 우리들의 세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가장 많이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글이 조용기 목사의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언급되었다. 이웃 나라의 고통 앞에서 위로하고 용기를 주기 보다는 우상숭배라는 그들의 잘못을 들춰내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최근에 매체를 통해서 드러나는 기독교 지도자들에 대한 세상의 비난을 대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우리만의 세상’이다. 대통령이 무릎으로 기도하는 것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일본의 재앙을 보면서 하나님께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우리만의 세상’ 즉, 같은 종교를 가진 자들 안에서는 신앙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번은 생각해 볼만한 것이다. 그것이 그들을 향한 사랑과 위로의 표현이 될 수 있다.세상은 ‘우리들만의 세상’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인터넷의 세계는 ‘우리들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들 모두의 세상’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신앙을 공유하고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만이 함께 논의할 논의의 장을 넘어 ‘우리들 모두의 세상’에 의해 가치를 판단 받고 때로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거기에는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들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들 모두의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기도 한다. 조용기 목사의 발언도 ‘우리들 모두의 세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매우 불쾌한 발언이다. 정보의 세계, 인터넷 세계 속에서 ‘우리들만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들 모두의 세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시대적 요청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들만이 듣고 우리들만이 공감’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 모두의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신념을 가진 ‘우리들만의 세상’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하나의 표현 이상으로 표현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어령 교수의 “한국은 지금 일본으로 달려갑니다.”라는 글은 ‘우리들 모두의 세상’을 향한 글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일본보다 가난한 나라들도, 일본을 미워하고 시기하던 나라들도, 멀리 떨어져 무관하게 바라보던 나라들도 일본인을 돕고 위로하기 위해서 가슴을 열었다는 사실입니다.”라는 표현과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친구가 없는 나라라고 스스로 비판해온 일본인들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함께 울고 함께 상처를 씻어줄 착한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그 재난 속에서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의 글은 피해를 입고 고통당하는 일본인들과 그 밖의 우리들의 마음을 끄덕이게 한다. “한국은 일본을 향해 달려갑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새로운 문명은 독립도 예속된 의존 관계도 아닌 상호의존관계의 생명공동체적 시스템에서 탄생할 것입니다.”라는 말은 과거의 불편한 관계를 씻어내고 함께 가야 할 공동체적 운명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