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력 위조 파문으로 잘 알려진 신정아씨가 자신이 감옥생활을 하면서 가슴에 붙였던 수인번호를 딴 ‘4001’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적 책을 출간했다. 그는 ‘4001’이라는 자신의 수인번호를 쓴 것은, 감옥 생활을 했던 지난 1년 6개월 동안과 그 이후의 삶은 ‘4001’로 살아온 것이고 이제 그 시간과 헤어져 또 다른 신정아로 시작하기 위한 의도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기자 회견장에서 여자로서 오해 받고 있는 부분 때문에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 때문에 잘못하지 않은 부분을 알리고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 잡아서 그 간 오해와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력 위조’와 ‘꽃뱀’ 의혹의 해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있다고 하겠다. 그가 세상에 책을 펴내면서 바라던 것은 그 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부도덕하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밝힌 뒤에 그 사실로부터 잘못한 부분들을 반성하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 참회와 용서의 마음을 갖고 살고 싶었던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출판에 대한 여러 추측을 떠나, 신정아씨가 밝힌 출판의 의도 안에서 그를 이해하면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살펴보았다. 신씨는 ‘학력 위조’와 ‘꽃뱀’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인물과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때 그에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과 정 총장이 그를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다른 의도로 접근했으나 그는 이 모든 것을 거절했다고 한다. 명문대 교수직이나 관장 자리를 위해 자기의 성을 이용하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더 있다. 유력 신문의 C 기자가 자신을 성추행했던 사실을 말하면서 그날 이후로 치마를 입지 않고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었다고 말한다. 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육체적 관계를 서술하면서 결코 꽃뱀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변 실장이 먼저 접근했고 장시간 실랑이 끝에 관계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변 실장을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도 털어 놓았다. 그는 학력을 위조하지 않았고 꽃뱀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기 위해 때론 실명으로 때론 이름의 이니셜로 관련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가 의도했던 대로 되어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책을 쓴 의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복수’로 보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한 면을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인 관음증으로 본다. 어떤 이는 책을 잘 팔기 위한 의도에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들을 사용한 노이지 마케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씨도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에 거론된 정치인과 언론인과 학계의 인사들도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가족과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신씨가 자신에 대한 오해를 벗고, 사실을 밝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도가 퇴색되고 오직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은 사회의 음지를 보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신정아씨의 간절한 의도가 빗나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길이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 된다. 복수로 보이게 하는 폭로를 통하기 보다는 그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용서할 수 있는 방식의 글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남의 잘못을 들춰서 나의 오해를 풀기 보다는 내 잘못을 더 크게 보면서 참회와 용서를 구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이전의 것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보다 변화된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은 없었을까? 정직한 사회, 도덕적인 사회, 누구나 이해가 되는 사회, 정당한 경쟁이 아름다운 사회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