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설교 작성을 위한 메시지 추출법

정인교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설교학)

편집자 주 2008년 10월호 설교를 위한 수사훈련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성경적 설교 작성을 위한 메시지 추출법을 살펴보았다. 설교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나 이는 성경 내용의 기계적 반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교자는 성경의 문자적 고정성과 함께 끊임없는 회중의 변화를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자는 계시의 말씀인 성경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한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 정인교 교수는 성경적 설교 작성을 위한 메시지 추출법의 세 가지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성경적 설교 작성을 위한 메시지 추출법에 대한 정인교 교수의 명강의에 주목해 보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학에서 논거발견술(Inventio)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주제 설정법이라 할 수 있는 논거발견과 관련하여 퀼틸리아누스는 ‘Res’, 즉 ‘의미되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창안’ 대신 ‘발견’이라는 용어를 주장하였다. 즉 ‘발견’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므로 단지 그것을 발굴하고 되찾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설교의 본질과 일치한다. 전통적으로 설교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선포된 하나님 말씀이다.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말씀을 오늘 여기서 발생하는 말씀이 되게 하는 것이 설교인 것이다. 따라서 설교란 이미 ‘주어진 것’을 재현하는 것이지 어떤 기상천외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마르틴 루터가 설파한 것처럼 설교자는 말씀의 봉사자이지 창조자(creator)가 아니다.
그렇다고 설교가 성경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성경은 문자적인 고정과 성령의 역사의 가변성과 현재성을 두 가지 기둥으로 갖는다. 설교의 회중과 상황은 끊임없는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설교자는 성경의 문자적 고정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변화하는 회중에 적합하게 역사하시는 성령의 현재적 역사를 잡아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설교자에게 요구되는 설교의 ‘창조성’이 자리 잡는다. 이 작업은 설교자의 영적·지적·인격적 준비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은사(카리스마) 그리고 훈련을 통해 가능해 진다.
설교자가 올바로 설교의 직무를 수행하려면 일차적으로 설교의 보편적 성격을 인지해야 한다. 설교란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사실에서 의미로, 저자의 회중에서 나의 회중으로, 그때에서 지금으로 그리고 그들에서 여러분(우리)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환을 전제하는 작업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설교자는 주어진 계시의 말씀인 성경에 주목해야 하며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석해 내야 한다.
물론 설교가 반드시 ‘성경적 설교’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성경적 설교’가 본문으로부터 메시지를 추출하고 설교의 진행이 본문에 의해 영향 받는 설교라면, 변화하는 세계가 쏟아내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성경적 설교라는 방식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시사적 상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제설교(Themapredigt)의 필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또한 한 본문을 중심으로 설교하는 전통적 방식 외에도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경적 근거를 동원하는 설교 역시 강단의 폭을 넓히는데 긴요한 방법이다.

성경적 설교 메시지 추출법

1단계: 본문을 확정하라!
메시지를 추출하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본문을 확정하는 것이다. 교회가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취해온 방식은 교회력에 의해 본문을 설정하는 것이다. 교회력이란 성삼위 하나님의 구속적 사역을 역사 속에 옮겨놓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교회력은 3년을 한 단위로, 3번 돌아가는 것을 한 주기로 삼는다. 따라서 성경을 골고루 설교할 수 있으며 하나님의 구속사역을 인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교회력에 의해 설교 본문을 설정하는 것은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또 다른 설교 본문 설정방법으로는 목회력을 기준한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목회자의 목회계획을 토대로 설교 본문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설교자가 곧 목회자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방식은 목회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설교를 통해 목회의 목표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다만 이 방법만을 고집할 경우 교회의 전통이 소홀히 취급되고 기독교의 복음이 갖는 보편적 성격이 지나치게 개개인의 목회적 계획에 의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또 다른 본문 설정의 방식은 성경의 한 권을 정해 연속적으로 설교해 나가는 강해설교 방법을 들 수 있다. 이 방식은 성경적 설교에 치중함으로 성경적 그리스도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데 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설교의 기회가 많은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이미 수요예배나 새벽예배 등을 통해 강해설교가 빈번히 행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강해설교의 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연속 강해설교방식은 교회력을 무시함으로 설교자 스스로 기독교의 전통으로부터 유리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보편적이진 않지만 설교자의 개인적 경건을 위해 읽어나가는 성경을 중심으로 설교하는 경우이다. 이 방식은 설교자가 먼저 은혜 받고 경험한 성서의 메시지를 회중에게 전하기 때문에 생생한 메시지의 추출과 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복음의 공적 성격이 설교자라는 개인적 관심에 함몰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방식의 최대 약점이다.
교회력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대강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의 축제절기에는 교회력을 중심으로 그리고 성령강림절 이후부터 대강절 직전까지의 소위 무축제 절기에는 설교자의 목회적 관심을 기준으로 혼합된 절충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력은 주어진 성경본문을 가지고 설교하기 때문에 본문의 범위를 설정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밖의 경우는 설교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아담스(Jay E. Adams)는“Telos”라는 단어를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아담스는‘목적’이라는 텔로스의 의미를 성령이 의도하시는 목적의 최소 단위라고 규정하며 이것이 바로 본문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견해는 설교가 지닌 영적 차원을 고려하면 타당성이 있지만 설교자가 성령의 의도하심을 객관적으로 인지해야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설교의 준비는 매우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작업이다. 따라서 설교자의 개인적 주관과 성령의 뜻이 혼재될 수 있는 아담스적 해법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선택 가능한 방법은 “의미의 최소 단위”를 본문 범위설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즉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 최소단위의 의미가 설교 본문의 범위이다. 설교를 위한 주제의 설정과 메시지의 추출은 바로 이렇게 설정된 본문을 대상으로 행해져야 한다. 물론 설교자는 목회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상황 그리고 설교자 자신의 의도를 고려해 원론 이상의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즉 의미의 최소 단위를 넘어 두 세 개의 의미를 한 단위로 묶는다든지 구약과 신약 혹은 각기 다른 두 개의 성경 본문을 한 편의 설교에서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은 설교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본문범위 설정의 예외들이다. 또 교회헌당식 설교를 하는 경우처럼 본래 의미보다는 단위를 파괴해 특정한 의도를 살리는데 본문 단위를 맞추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형들은 그리 바람직한 본문범위 설정이라 할 수 없지만 목회현장의 다양성은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단계: 본문을 파악하라
성경본문으로부터 메시지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설교자는 본문읽기로 들어가야 한다. 한글판 성경은 번역본이다. 번역은 항상 의미의 가감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경읽기는 일차적으로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전읽기로 시작하여야 한다. 개중에는 원어실력이 문제가 되는 설교자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원어를 분석한 자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언어 능력에 따라 영어, 독일어 등의 다양한 번역본을 읽는 것이 좋다. 이런 읽기를 통해 설교자는 우선적으로 본문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성경을 읽을 때 본문이 문학적으로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에는 시, 경구, 서간문, 서사문, 비유 등 매우 다양한 문학적 장르가 혼재되어 있고 각 장르는 그 나름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경읽기의 과정에서 설교자는 본문이 무엇을 말하려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은혜받는 것, 마음에 와닿는 것도 메모해 놓아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문의 핵심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본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설교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 설교자는 성경을 읽으면서 본문에서 이해 안 되는 것, 불명료한 것, 혹은 의문사항 등을 기록해 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우 많은 의문이나 불명료함이 나타날 수 있는데 모든 것을 다 다루기보다는 설교의 핵심적인 사안과 연관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3단계: 주석 작업을 시도하라
설교에서 주제를 파악하고 올바른 메시지를 추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작업이 바로 성서 본문에 대한 주석이다. 주석은 본문에 대한 불명료성을 최소화 시키고 최대한 본문으로부터 습득가능한 정보를 얻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인 학문적 관심으로 본문을 연구하는 것이 전승사 연구 등 보다 광범위하고 세밀한 작업을 요구한다면 설교를 위한 주석작업은 설교라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그 초점이 놓여져 있다.

첫째, 문자적 문법적인 연구를 하라
번역된 한글판 성경과 성경의 원어 사이에는 번역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놓여있기 마련이다. 그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a. 마가복음 1장 5절은 “온 유대지방과 예루살렘 사람이 다 나아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요단강에서(ev) 그에게 세례를 받더라”로 되어 있다. 막 1:9은 “그때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강에서(eis)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로 되어 있다. 한글 성경에 동일하게 표현되어 있는 ‘요단강에서’가 원어에는 ‘en’과 ‘eis’로 각기 다르게 명기되어 있다.
b. 갈라디아서 2장 12절은 “야고보에게서 온 어떤 이들이 이르기 전에 게바가 이방인과 함께 먹다가(συνζ’σθιeν) 저희가 오매 그가 할례자들을 두려워하여 떠나 물러가매”라고 적고 있는데 한글 성경만으로는 함께 먹는 것이 일회적 사건인지 과거부터 있어온 사건인지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원어 성경을 보면 이것이 미완료 과거로 나타나 있어 습관적 사건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c. 사도행전 10장 48절은 “저희가 베드로에게 수일 더 유하기를 청하니라(erotao)”라고 적고 있다. 청하다는 동사는 “온 마음을 다해 간청한다”는 뜻으로 막 7:25-26에도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 주시기를 간구하거늘(erotao)). 이것은 마치 귀신 들린 딸을 둔 어미가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 하듯, 고넬료 일행이 베드로에게 자신들과 함께 수일 더 유해주기를 간청했음을 의미한다.
d. 누가복음 9장 30-31절은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이는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 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씀할 새”라고 적고 있다. ‘별세하실 것’의 헬라어 원문은 ξοδον, autou, 즉 ‘그의 출애굽’이다. 환언하면 본문은 출애굽기의 제목과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주님의 십자가가 ex-hodos, 또 하나의 출애굽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십자가야 말로 죽음과 멸망으로 이를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세계로 이르게 해 주는 길임을 이 단어를 통해 드러내 주고 있다.
e. 요한복음 21장 15-17절은 “내 양을 먹이라…내 양을 치라…내 양을 먹이라”라고 적고 있다. 처음 명령 ‘내 어린양을 먹이라’(Boske ta arnia mou)의 boske는 먹이다 돌보다를, 어린양의 원어 arnia는 양 중에서도 특별히 어린양을 가리키는 areen의 ‘지소어’(diminutive)이다(지소어란 우리말에는 없는 문법적 형태로써, 어떤 단어로부터 그 단어가 가지고있는 본래의 의미보다 훨씬 작은 개념을 나타내기 위하여 파생된 말을 뜻한다). 따라서 주님께서 어린양을 가리키는 areen의 지소어인 arnion을 말씀하셨음은 어린 양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작은 양, 이제 갓 태어난 양을 의미하고 계시는 것이다. 두 번째 ‘내 양을 치라’(ποιμαινε τα προβατα μου)의 ποιμαινε는 기르다 보살피다의 양육적 의미를 갖는다. 양으로 번역된 προβατα란 단어는 장성한 양을 의미한다. 세 번째 내 양을 먹이라(boske τα προβατα μου)는 장성한 양을 어린이처럼 돌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처럼 주님의 양육 명령은 모든 양을 포함하며 진정으로 주님을 사랑한다면, 만나는 모든 사람을 주님께서 나에게 믿고 맡겨주신 주님의 양으로 인식하라는 의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어와 번역본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괴리가 있다. 주석적 작업은 이러한 괴리를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둘째, 역사적·문화적·배경적인 정보를 입수하라
성경은 문화적으로 지역적으로 시간적으로 현대와는 극명하게 상이한 고대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태복음 25장의 열처녀 비유가 밤에 결혼식을 거행했던 이스라엘의 풍속을 알 때 훨씬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처럼 성경의 많은 부분이 배경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 가령 갈라디아서 1장 1절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강력한 자기 사도직에 대한 주장은 당시 사도 바울의 사도권을 부인하던 ‘유대화론자들’의 주장을 뒤집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행전 9장 43절의 “베드로가 욥바에 여러 날 있어 시몬이라 하는 피장의 집에 여러날 거하니라”는 본문은 유대인들의 피장이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피장이가 부정한, 즉 죽은 짐승을 다루는 부정한 자라 하여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부정한 피장이의 손이 닿는 모든 것 역시 부정해지고 그가 사는 집 또한 부정한 곳이기에, 유대인들은 피장이를 경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부정한 피장이를 경원하던 유대인들 중에, 피장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가죽제품을 부정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옷, 벨트, 신발 등 가죽제품은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그렇다면 피장이가 부정하다하여 그들이 만지는 모든 것 마저 부정하게 여긴다면, 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가죽제품 또한 부정하게 취급해야 한다.

셋째, 신학적 사상적 정보를 수집하라
성경에는 명시된 한 구절의 의미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고 납득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은 성경저자의 일반적인 신학이나 흐름과 비교할 때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가령 로마서 13장 1절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라고 적고 있다. 이 구절은 권력의 정당성이 없는 정권에 의해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도 바울의 사상 전반을 통해 볼 때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본문에는 사도 바울의 절묘한 레토릭(rhetoric)이 걸려있다. 즉 너희는 복종하라기 전에, 권세의 출처가 하나님이기에 권세자는 하나님의 뜻에 맞는 권세의 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교회가 출범한 마가 다락방의 방언 사건도 신학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교회가 출범하는 첫 번째 은사로 방언이 주어진 것은 창세기 11장의 인간의 교만과 죄로 인한 언어의 혼잡과의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교회에 방언이 주어진 것은 곧 분열의 역사를 딛고 다시 하나되는 희망의 비전을 하나님이 교회에 주셨음을 의미한다. 유무상통의 전통을 초대교회가 시도한 것은 이런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하나됨 그리고 세상가치의 공동묘지로 교회를 세워갔음을 의미한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은 따라서 단순히 거짓말 때문이 아니라 세상가치를 교회 안에 그대로 들여오려 했기 때문이다.

넷째, 불명료한 부분에 대한 대답을 시도하라
설교자는 본문을 읽으면서 체크했던 의문사항과 불명료한 부분들을 주석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설교자가 본문에 대해 올바르게 알지 못한 채 설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성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주석가들의 지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설교자들은 주석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주석은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성경은 한 권인 반면 그 성경을 연구하고 있는 주석은 신학적 입장과 학문적 능력 등에 따라 동일한 본문에 대해 수백 종이 난무하는 것으로 그만큼 정확한 해답 얻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주석의 도움을 받되 그것 역시 한계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